버려지는 옷, 패스트 패션이 초래하는 환경 오염

세일이 시작되었습니다. 서두르세요! 한 겨울에 여름 옷은 오버하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세일 기간이라 반값이었으므로 사지 않을 수 없어서 샀다. 기분은 좋다. 소비를 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법이니까. 하지만 새로 산 옷이 주는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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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이 시작되었습니다. 서두르세요!

한 겨울에 여름 옷은 오버하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세일 기간이라 반값이었으므로 사지 않을 수 없어서 샀다. 기분은 좋다. 소비를 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법이니까.

하지만 새로 산 옷이 주는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다. 소비로 얻는 기쁨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세일하는 스파 브랜드의 옷을 사는 류의 소비는 행복의 유효기간이 아주 짧다. 몇 번 입지 않아 그 행복은 닳아 없어지기 때문이다.

촌스럽게 느껴지는 데는 채 반년도 걸리지 않는다. 더 많이 패션을 사랑할수록 유행의 변화를 더 민감하게 느끼고, 더 빨리 스스로를 촌스럽다고 느끼기 쉽다. 그것이 패션의 세계이고, 트렌드의 법칙이다.

패스트 패션은 어떻게 시작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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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당면한 의류소비의 현실은 생각보다 더 빠르고 각박하다. 옷의 생의 주기는 점점 짧아져서, 한 번 산 옷은 평균 일곱 번 입고 버려진다는 통계가 있다. 미국 ‘CBS’의 취재에 따르면 지난 30년 동안 미국인이 구매하는 의류량은 5배 증가했지만, 각 제품별로 착용 횟수는 평균 7번에 불과하다.

새로 산 옷을 개시하는 날은 설렌다. 두 번, 세 번까지도 거울에 비친 자신을 만족스럽게 느끼며 기분 좋게 입고 나갈 것이다. 네 번째부터는 조금 지루하게 느껴진다. 일곱째를 지나는 순간 낡고 해진 소매 끝이 눈에 들어오고, 그 다음부터는 그 옷은 옷장 밖을 좀처럼 나오지 못한다. 아마도 그쯤 되면 조금 비슷하지만 포인트가 다른, 새로운 스웨터가 입장한다. 패스트 패션이 트랜드를 주도하면서, 옷장의 순환은 가속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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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에서 유행하는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의 옷을 보고, 화려한 인플루언서의 포스팅에 감탄하며 게시물을 저장한다. 같은 제품을 구매해 받아보았을 때, 어딘가 어색한 느낌이 드는 건 어울리는 가방과 신발이 없기 때문이고, 다 갖춰도 모자란 느낌이 들면 액세서리가 아쉽기 때문이다. 유행에 따라가고 스스로 ‘그럴듯하다’고 느끼려면 연쇄 소비가 그림자처럼 따라온다.

하지만 유행하는 아이템에 민감할수록 얼마나 빠르게 유행이 지나가는지도 잘 알아차릴 수밖에 없다. 또한 동시에 개성까지 챙기고 싶은 멋쟁이라면, 새로 산 가방이 몇 달도 채 안 돼서 지하철에서, 거리에서 다른 사람들 손에도 그대로 들려 있는 걸 보고 또 다시 더 세련되고 특이한, 누구나 갖고 있지 않은 무언가를 찾아야 할 것이다. 소셜 미디어는 끊임없이 과잉 소비와 연쇄 소비를 부추기며 유행의 주기를 더 짧게 만들고, 소비량을 늘리는 데 일조한다.


패스트 패션이 만드는 환경 오염

어느 기사에 따르면 헌옷수출업체에 전국에서 들어오는 헌 옷이 하루에만 80톤 가량이라고 한다. 의류 폐기물은 매일같이 산처럼 쌓인다. 그렇게, 옷가게에서 나의 옷장으로 그리고 의류 수거함으로 옮겨진 나의 깨끗하고 철 지난 옷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의류 폐기물 가운데 70%는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등 저개발국으로 수출되고 15%는 영구 폐기되며 3% 정도가 구제 매장으로 옮겨진다. 빈티지 러버들에 의해 운 좋게 재활용되는 경우가 1%다.

The Environmental Disaster that is Fuelled by Used Clothes and Fast Fashion


위 영상에는 소들이 옷을 풀처럼 뜯어먹는 충격적인 장면이 담겨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옷이 만들어지고 폐기되는 모든 과정에는 탄소 배출이 발생한다. 또한 당연하게, 패스트 패션의 인기는 탄소 배출을 가중시킨다. 옷을 한 벌 제조하는 과정에서 화학 제품, 표백제 사용으로 물이 오염된다. 방글라데시에서는 연간 2만 2000톤에 이르는 독성 폐수가 수로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결국 이 독성 폐쑤는 그곳의 사람, 동물, 식물, 즉 생명을 위협한다.

또한, 폴리에스터 섬유로 만든 옷은 세탁 시 미세 플라스틱 조각이 발생한다. 한 번의 세탁으로 70만 미세 섬유가 물과 함께 방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미세 플라스틱이 수생물을 위협하는 문제의 심각성은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저렴한 가격에 옷을 소비자에게 판매하기 위해 희생되는 노동자 인권 문제 또한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저렴한 가격, 할인된 가격은 패스트 패션이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다. 이를 위해 노동자의 근로 시간은 길어지고, 임금은 낮아지고, 근로 조건은 열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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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산 옷은 쉽게 버려진다

쉽게 가진 것을 소중히 하기란 쉽지 않다. 또 애초에 가볍게 버리도록 쉽게 살 수 있게 만들어졌다는 걸 상기하면 씁씁한 뒷맛이 남아 영 개운치가 않다.

오늘 사서 방금 막 옷장에 들어간 옷들을 생각한다. 검은색 터틀넥 스웨터와 감색 와이드 팬츠 그리고 하늘하늘한 여름 셔츠다. 아직 깨끗하고 그럴싸하며, 그 옷을 입은 나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 기분 좋다. 이번에야 말로 새로 산 옷들과 최대한 그 좋은 기분을 지속하고 싶다.

그리고 더욱 신중하고 싶다. 49,000원하는 바지를 19,000원에 살 때, 빠르게 채워지고 또 의류 수거함으로 옮겨지는 옷장을 정리할 때, 옷가게에서 두 손 묵직하게 옷을 골라보는 사람들과 의류 수거함을 묵직하게 채우는 사람들이 겹쳐 보일 때, 한 번 더 생각하고 신중하고 싶다.

이 때의 신중함은, 새 것은 언제나 헌 것이 된다는 걸 알고 눈 앞의 새것의 최후를 떠올려 보는 것이다.

<단비 뉴스> 나는 오늘 옷을 샀다, 기후 위기를 샀다. 2021/10/31 이정민 기자
- https://www.danbi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5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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